서울가정법원 2016. 2. 2.자 2015느단31183 아동반환청구 (헤이그협약)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배우자 일방이 다른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자녀를 타국으로 탈취(고전적 유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부모 일방 또는 후견인 등이 아동을 일방적으로 이동시키거나 또는 유치하는 행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1980년 성안된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이하 ‘헤이그아동탈취협약’)은 점점 더 많은 체약국을 확보하게 되었고, 한국 역시 2012년 12월 가입하였습니다. 이후 국내 법원에서 해외에서 양육되던 아동이 한국으로 탈취된 사건들에 대한 판단이 이어졌지만, 2015년까지 탈취된 아동을 반환하라는 인용 결정이 내리지지는 못하였습니다.
법무법인 해마루는 일제시기 강제동원 사건 등을 수행하며 일본의 여러 법률가들과 두터운 신뢰관계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해마루는 2015.중순경 일본 오사카의 한 변호사님을 통해 일본인 여성의 사건을 의뢰받았습니다. 일본에서 혼인하여 생활하던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부인 사이에 두 아들이 있었는데 이후 부부갈등으로 일본인 부인만이 일본에서 두 아들을 양육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 남편이 한국에 거주하는 할아버지에게 두 손자를 보여주고 싶고, 곧바로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겠다며 두 아들을 한국으로 데리고 간 뒤 연락이 두절된 사건이었습니다.
헤이그아동탈취협약은 양육자 일방의 양육권을 배제하는 아이의 국제적 이동은 위법한 것으로 보고, 일정한 조건 하에서 반환명령이 내려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시행된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협약이었지만 법무법인 해마루는 해당 협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외교부와 함께 협약 해석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미성년자약취유인으로 아이의 남편을 고소하면서 출국금지명령까지 받아내는 등 입체적인 방식으로 의뢰인과 두 아이를 위한 조치를 시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서울가정법원은 2016. 2. 협약가입 3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최초의 인용 판단을 내렸습니다. 해마루가 이끌어낸 또 하나의 최초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어머니에게 돌려주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인 남편은 서울가정법원의 인용결정에 불복했고, 판단요구도 무시로 일관하였습니다. 일본인 부인과 그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과 간절한 시간이 흘렀던 시간이었습니다. 해마루는 서울가정법원의 ‘가집행’ 판결에 근거해 아이에 대한 반환명령을 ‘가집행’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집행,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집행은 매우 까다롭고 조심스럽습니다. 이를 위해 해마루는 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의 협의, 집행관과의 협의, 아이들의 할아버지, 외삼촌 등과의 협력을 통해 두 아이들을 적법한 절차 속에서 어머니에게 반환시킬 수 있었습니다. 수개월만에 어머니를 본 아이들은 ‘왜 우리를 버렸나’라고 울며 매달렸고, 어머니는 ‘절대 그런일 없다. 아버지의 거직말이다’라며 아이들을 다독였습니다. 집행관이 아이들의 의사를 확인했고, 아이들은 모두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다 의사를 표했기에 반환명령에 따른 집행을 무사히 완료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아이들의 아버지가 해마루로 찾아와 항의하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무리한 협상을 요구하고 등등의 절차가 이어졌지만 그것은 분쟁 한가운데에서 의뢰인과 함꼐하는 로펌이라면 기꺼이 감수해야 할 과정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사히 어머니에게, 그동안 커왔던 가족과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보랍이었습니다.
이하는 위와 같은 최초의 인용판결 이후 해마루의 담당 사건 수행 변호사 임재성이 법률신문에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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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아동탈취협약’의 실무적 문제점
2017. 1. 19.
법률신문 링크 :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458
한국은 협약에 가입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련 법령과 실무관행은 ‘아동의 신속한 반환’이라는 협약 취지에 부합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협약에 따른 국내 첫 인용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로서, 관련한 실무적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1. 아동소재파악에 있어서 행정당국의 조력이 절실히 요구됨
아동탈취사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협약은 ‘신속한 반환’, ‘가장 신속한 절차’ 등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으며(1, 2조), ‘절차개시일 부터 6주 이내에 결정에 이르지 못한 경우’ 당사자가 재판부에게 지연이유에 관한 설명을 요청할 권리까지 인정하고 있다(11조). 외국으로의 탈취는 양육환경이 크게 변화될 수밖에 없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협약에 따른 반환명령이 양육권 본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절차가 아니라 불법탈취된 아동을 약식 절차에 따라 일단 원상회복시키는 사전처분의 성격을 가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은 신속한 절차진행 및 판단은 협약의 존재이유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동을 불법적으로 탈취한 자의 국내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고, 이로 인해 신청서 송달이 늦어져 심문기일이 잡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담당한 사건(이하 ‘본 사건’이라고 함)을 예로 든다면, 신청서 접수일(2015. 9. 18.)로부터 심판(2016. 2. 2.)이 이루어지기까지 5개월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그 중 3개월이 넘는 기간을 주소보정으로 허비하였다. 일본에서 모에 의해 양육된 자녀들을 한국으로 탈취한 부가 송달받을 수 있는 주소가 통상의 주소보정절차로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소재파악의 어려움은 아동탈취사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기에, 협약은 법원뿐만 아니라 행정당국(한국의 경우 법무부)에게도 아동탈취사건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적절한 조치 중 하나가 ‘불법적으로 이동되거나 유치된 아동의 소재 파악’이다(제7조 가항). 그렇다면 앞서 예로든 사건에서와 같이 송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법원은 신청인에게 보정명령을 반복하여 내릴 것이 아니라 직권으로 신속하게 법무부에 아동 및 탈취자의 소재를 파악하도록 요청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위와 같은 법원의 소재파악 요청을 받은 경우 신속하게 아동 및 탈취자의 소재를 파악해서 회신하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 법무부의 실무관행은 탈취 아동의 소재를 파악한 이후에도 이를 당사자나 법원에 알리지 않은 채, 아동 탈취자에게만 “아동반환 신청이 들어왔으니 적절한 해결을 바란다” 정도의 고지만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사건에서도 송달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자 재판부가 법무부에 사실조회의 형태로 아동 및 탈취자의 소재파악을 요청하였으나, 법무부는 이에 회신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법무부의 실무관행은 법원과 행정당국이 함께 공조하여 아동탈취사건을 해결하라는 협약의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2. 아동반환 집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절차규정이 필요함
필자가 아동탈취사건 진행 과정에서 가장 크게 문제점을 느꼈던 부분은 반환심판이 이루어진 이후 집행의 문제였다. 집행대상이 ‘아동’이라는 특수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협약을 구체화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이하 ‘이행 법률’)에는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한 집행규정이 없다. 다만, 이행명령-과태료-감치로 이어지는 간접강제 규정은 있는바(제13조), 필자는 본 사건 1심 아동반환심판이 이루어진 이후 탈취자에 의한 임의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자, 이행명령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이행명령 신청은 곧 ‘확정증명원’을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에 가로막히게 되었다. 탈취자가 1심 심판에 불복하여 항고를 한 상황이었는데, 보정명령의 취지에 따른다면 아동을 탈취당한 부모는 아동반환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간접강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행명령조차 신청할 수 없는 것이다.
아동의 불법적인 유치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필자는 결국 1심 아동반환심판의 가집행 주문에 기해 집행관에게 아동인도에 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방안을 택하였다. 담당 집행관조차 아동인도 강제집행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사례가 드물었으나, 다행히 여러 조건들이 구비되었고, 아동의 의사 역시 일본의 모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무사히 아동반환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강제집행은 여러 요건들이 동시에 충족되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가능한 것이었기에 적절한 집행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속한 반환을 가능하게 하는 아동반환 강제집행의 요건과 절차가 명확하게 정비되어야 할 이유이다.
본 사건을 진행하면서 앞서 지적한 실무적 문제점들을 확인하였던 것과 동시에 협약을 그 취지에 맞게 운용하고자 하는 주체들의 노력 역시 느낄 수 있었다. 법원은 비록 늦은 심문기일이었지만 1시간이 넘는 집중 심리를 통해 최대한 빠른 판단을 내려주었고, 법무부 담당부서 역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자의 계속된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해주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개별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협약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실무적 쟁점들이 우선 해결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령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보다 협약에 늦게 가입한 일본의 경우 이행법률은 153개 조문인 반면, 한국의 이행법률은 협약보다도 적은 17개 조문에 불과한 실정이다. 신속한 논의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