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허위 기사를 삭제시킨 언론중재위원회 활용 성공사례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가 2024년 수행한 사례입니다.

임재성 변호사 링크

사건의 시작

2023년 말, 서울대학교의 한 교수님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한 극우 성향 매체가 본인에 대해 "너무 끔찍한" 보도를 했다며 대응을 의뢰하셨습니다. 곧바로 기사를 검토했고, 교수님의 말씀처럼 악의적인 인신공격으로 가득 찬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유형의 매체는 분쟁이 발생하면 그 분쟁 자체를 다시 '기삿거리'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응의 수위와 방식을 처음부터 신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가장 원하신 것은 '해당 기사 전체의 삭제'였습니다. 언론사의 사과나 손해배상은 부차적인 문제였습니다. 사실 허위 기사로 고통받는 많은 분들의 요구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 끔찍한 허위 기사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막아 달라'는 것이 가장 절박한 1차적 요구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기사 가운데 명백한 허위사실이 담긴 부분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다만 기사의 일부에 허위사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언제나 기사 전체의 삭제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사로서는 문제가 된 부분만 삭제하고 나머지는 계속 게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사 전체에서 허위사실이 차지하는 분량과 논리적 비중을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언론사와의 직접 협상, 그리고 그 한계

먼저 대리인으로서 해당 언론사와의 협상에 착수했습니다. ① 허위사실임이 객관적 증거로 명백히 확인되도록 쟁점을 간명하게 정리하고, ② 이를 언론사에 통지하면서, ③ 기사의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언론사는 허위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우리가 허위사실로 특정한 부분만큼은 곧바로 삭제했습니다. 그러고는 '쟁점이 된 부분을 삭제했으니 기사를 삭제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대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허위 기사가 게시된 시점과 우리의 요구로 해당 부분이 삭제된 시점을 모두 확보해 두었기에, '해당 언론사가 허위 기사로 의뢰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문제는 의뢰인의 요구가 '악의적 비방으로 가득한 기사 전체의 삭제'였다는 점입니다. 허위사실 부분이 이미 삭제된 상황에서는, 기사 삭제 가처분만으로 기사 전체의 삭제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교하면서도 신속한 법적 절차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기사 삭제, 그리고 민사소송이라는 지렛대

이러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통상 다음 세 가지입니다. ①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조정 신청, ②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민사), ③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고소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기사가 게시된 시점을 기준으로 5일 만에 ① 언론중재위원회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제14조에 따른 정정보도청구와 제16조에 따른 반론보도청구를 접수하고, ②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형사고소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과도한 대응이 오히려 해당 매체에 또 다른 '기삿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 '과한 대응'보다 '적절한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민사소송은 판결 선고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됩니다. 그 사이 악의적 기사는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민사소송을 함께 제기한 이유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은 말 그대로 당사자 사이의 '조정'이어서, 양 당사자가 모두 합의에 동의해야 비로소 결과가 나오며 위원회 자체에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언론중재법 제18조).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합의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압박 수단을 미리 갖추어 두어야 했습니다.

신청서를 제출한 지 보름 만에 열린 조정 기일에서, 해당 극우 매체의 대표와 교수님을 대리한 제가 출석하여 치열하게 다투었습니다. 저는 ① 언론사가 뒤늦게 허위사실을 삭제했지만 그 허위사실이 기사 전체의 핵심적 논리적 기반이었던 만큼 부분 삭제는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점, ② 보도 전체가 공적 관심사와는 무관한 악의적 비방이라는 점, ③ 무엇보다 해당 기사로 의뢰인이 상당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배상이나 사과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충분히 피력했습니다.

2시간에 가까운 심리 끝에, 결국 기사 삭제라는 결론을 이끌어냈습니다. 제기한 민사소송을 취하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당 기사를 완전히 삭제하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한 것입니다. 나아가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조정문에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기에 보도를 삭제한다"는 문구까지 명시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 삭제의 이유가 '허위사실이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조정 문구로 확정한 것입니다.

허위 기사,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온라인의 파급력과 전파 속도가 갈수록 커지는 오늘날, 허위 기사는 일단 배포되고 나면 사후에 바로잡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법적 절차를 준비하는 동시에, 허위사실 여부를 명확히 정리하여 즉시 언론사와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가처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민·형사상 조치를 함께, 정교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언론사와의 협상을 통해 허위사실 자체는 곧바로 삭제시키되, 기사 전체의 삭제를 위해 언론중재위원회를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민사소송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았다는 데 있습니다. 또한 의뢰인의 사회적 지위와 해당 매체의 성격을 두루 고려하여, 과도한 대응보다는 정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허위 보도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사안의 성격에 맞는 정밀한 전략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해마루가 그 길을 함께 찾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