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법무법인 해마루(담당변호사 최윤수)는 구 농지개혁법에 따라 국가가 매수한 농지가 분배되지 않아 선대에게 소유권이 환원되었음에도 국가가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며 합계 약 20억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을 1심과 항소심에서 대리하였습니다. 법무법인 해마루는 국가의 농지 매수는 분배되지 않을 것을 해제조건으로 한 것이므로 그 조건의 성취를 주장하는 원고들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는 법리를 전제로, 상환대장 비고란의 '등기필' 기재와 분배농지특조법의 제정 경위 등을 통해 수분배자가 상환을 완료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일반농지특조법상 등기는 국가의 처분행위가 개입되지 않더라도 마쳐질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논증하여, 1심 전부 승소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원고들의 항소를 전부 기각시켰습니다.
키워드
농지개혁법, 분배농지, 소유권 환원, 해제조건, 증명책임, 상환완료, 일반농지특조법, 국가배상, 항소기각
수행변호사
사건의 개요
원고들의 선대는 1947. 12. 29.경 김포시 양촌면 소재 농지(393평)에 관하여 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소유자였고, 피고 대한민국은 1957. 3.경 지가증권발급조서·지가사정조서·보상신청서 등이 갖추어지자 위 선대에게 당해 토지에 관한 지가증권을 발급하였습니다.
이후 1964. 12. 19. 제3자 명의로 「일반농지의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일반농지특조법')에 따라 1954. 3. 7.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고, 그 토지는 전전 양도되어 2006. 12. 29. 한국토지주택공사 명의로 공공용지 협의취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습니다.
원고들 중 1인은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당해 토지가 분배되지 않기로 확정되어 소유권이 원소유자의 상속인들에게 환원되었다고 보면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등기부취득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청구를 기각하였고, 그 판결은 2021. 12. 28. 확정되었습니다.
그러자 원고들은 위 선행 판결의 판단을 근거로, 국가가 원소유자에게 환원된 토지를 제3자에게 처분한 것이 위법하고 그로 인해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어 소유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확정 시점의 감정평가액 중 각자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액 합계 약 20억 원의 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무법인 해마루는 피고 대한민국을 대리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
1심은 일반농지특조법에 따른 등기의 추정력을 근거로 국가의 처분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들이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의 쟁점은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 당해 토지의 소유권이 원소유자에게 환원되었는지 : 국가의 농지 매수가 '분배되지 않을 것'을 해제조건으로 한 것이라면, 그 조건의 성취(수분배자의 상환 미완료 내지 분배 포기)를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 그리고 상환완료를 원인으로 한 수분배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상환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추인할 수 있는지
- 국가가 당해 토지를 제3자에게 처분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는지 : 국가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바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제3자 명의의 등기가 마쳐진 경우, 그 등기가 국가의 처분행위를 거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
법무법인 해마루의 법적 대응
법무법인 해마루는 선행 민사소송의 판시에 이끌려 소유권 환원을 당연한 전제로 삼는 원고들의 주장 구조 자체를 문제 삼아, 증명책임의 소재를 출발점으로 다음과 같이 방어논리를 구성하였습니다.
- 농지개혁법의 공포와 동시에 국가는 대항요건으로서의 등기 없이 농지를 원시취득하고(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다28297 판결), 그 매수는 나중에 농지가 분배되지 않을 것을 해제조건으로 한 것이므로(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209695 판결), 그 조건의 성취를 주장하는 원고들이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점(대법원 1983. 4. 12. 선고 81다카692 판결)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 상환완료를 원인으로 한 수분배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상환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추인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밝히고, 구 「분배농지소유권이전등기에관한특별조치법」(1961년 제정)의 조문과 제정이유를 제시하였습니다. 위 법률은 상환을 완료하고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받기 전에 농지를 양도한 경우 현소유자가 직접 정부로부터 등기를 받을 수 있도록 정한 것으로, 그 제정 경위 자체가 상환을 완료하고도 등기를 지체한 사례가 다수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을 논증하였습니다.
- 상환대장과 분배농지부의 기재를 정밀하게 분석하였습니다. 분배를 포기한 경우에는 상환대장 등에 '포기' 취지를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당해 토지에는 그러한 기재가 없는 점, 오히려 비고란에 '등기필'이라는 기재가 있는 점, 같은 상환대장에 함께 기록되어 있고 실제로 상환완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진 다른 두 필지의 비고란에도 동일하게 '등기필' 기재가 존재하는 점을 대조하여, 수분배자가 상환을 완료하였을 가능성을 쉽사리 배척할 수 없음을 입증하였습니다.
- 농지분배를 받은 자는 상환을 완료하면 민법 제187조에 의하여 등기 없이 소유권을 취득하므로(대법원 1970. 9. 22. 선고 70다1227 판결), 수분배자가 상환을 완료한 이상 원소유자는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상실하며, 설령 이후 제3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라 하더라도 그 소유권은 수분배자에게 남아 있을 뿐 원소유자에게 회복될 여지가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습니다.
- 불법행위 쟁점에서는 국가와 제3자 사이의 매매계약서 등 처분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일반농지특조법상 등기는 등기명의인으로부터 농지의 권리를 이어받은 사실상의 현소유자가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었고(제4조) 등기원인증서와 등기필증에 갈음하여 보증서와 구청장·시장 또는 읍·면장의 확인서만으로도 마칠 수 있었다는 점(제5조)을 들어, 국가의 처분행위가 개입되지 않고도 제3자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불법행위 판단 부분을 고쳐 쓰면서, 법무법인 해마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 소유권 환원 여부 관련 : 당해 토지가 분배대상 농지에 해당하는 이상 농지개혁법의 공포·시행에 따라 피고의 소유에 속하게 되었음이 명백하고, 수분배자가 상환을 완료하지 아니하여 분배하지 않기로 확정되었다는 사정은 피고의 소유권 취득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해제조건에 해당하므로 그 성취에 관한 증명책임은 원고들에게 있다.
상환완료를 원인으로 한 수분배자 명의의 등기가 마쳐지지 않았다고 하여 상환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곧바로 추인할 근거는 없고, 분배농지특조법의 제정이유에 비추어 상환을 완료하고도 등기를 지체한 사례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상환대장의 '등기필' 기재와 다른 두 필지의 기재 형태에 비추어 보더라도 수분배자가 상환을 완료하였을 가능성을 쉽사리 배척할 수 없다.
수분배자가 상환을 완료한 경우 등기 여부를 불문하고 그가 소유권을 취득하고 원소유자는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상실하므로, 설령 이후 제3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라 하더라도 그 소유권은 수분배자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당해 토지의 소유권이 원소유자에게 환원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불법행위 여부 관련 : 피고가 제3자에게 당해 토지를 처분한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전혀 없고, 일반농지특조법상 단독 신청과 보증서·확인서에 의한 등기가 가능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처분행위가 개입됨이 없이 제3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소유권이 원소유자에게 환원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제3자가 시효취득하였더라도 원고들이 소유권 침해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토지를 처분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불법행위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어, 원고들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판결의 의의
농지개혁 과정에서 국가가 매수하였으나 분배되지 않은 농지의 소유권이 원소유자에게 환원된다는 법리를 근거로, 그 상속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국가의 농지 매수가 해제조건부 취득이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그 조건의 성취, 즉 농지가 분배되지 않기로 확정되었다는 사실의 증명책임이 이를 주장하는 원고 측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특히 상환완료를 원인으로 한 수분배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상환 미완료를 추인할 수 없고, 오히려 상환대장의 기재 형태와 분배농지특조법의 제정 경위 등에 비추어 상환이 완료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70여 년 전 농지행정 자료의 해석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의미가 있습니다.
아울러 선행 민사소송에서 소유권 환원이 인정된 바 있다 하더라도 그 판단이 당사자를 달리하는 후행 소송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일반농지특조법에 따른 등기는 국가의 처분행위가 개입되지 않고도 마쳐질 수 있으므로 국가 명의의 등기 없이 제3자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사정만으로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